애플은 이미 ‘애플 페이’(Apple Pay)서비스 하나만으로도 세계 최강의 핀테크 업체다. 일단 글로벌 사용자수에서 압도적이다. 이러한 애플이 더 깊고 강하게 ‘글로벌 디지털 금융 서비스’ 또는 ‘글로벌 핀테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이제 전세계에 10억대 이상 퍼진 고객 접점을 이용해, 기존보다 더 많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만한 상황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많은 나라에 퍼져있는 아이폰 사용자들은 머지않은 장래에 ‘애플 뱅크’(Bank of Apple)의 고객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관련기사)
(출처 : 디지털 데일리)
애플이 독자 개발하고자하는 핀테크서비스의 범위는 사실상 현재의 은행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불 및 결제를 수행하기위한 계정계시스템의 개발은 뱅킹서비스를 위한 기본이며 핵심 기능이다. 여기에 대출 리스크 평가(리스크관리시스템), 금융 사기분석시스템과 같은 인텔리전스 시스템, 그리고 신용 조회 및 분쟁 처리를 위한 대고객 서비스까지 갖추겠다는 것이다. 이미 애플은 지난 수년간 '애플 카드', '애플 페이'와 같은 핀테크 서비스를 진화시켜왔다. 또한 애플은 P2P(개인간)금융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BNPL은 ‘Buy now, Pay later’를 줄인 말이다. 말 그대로 물건을 먼저 구매하고 값은 나중에 지불하는 후불결제 방식을 가리킨다. 큰 틀 에서는 신용카드 서비스와 비슷하다. 하지만 신용카드를 이용하려면 까다로운 발급 절차를 거쳐야 하는 반면 BNPL 서비스는 비교적 가입 절차가 간소하다는 점에서 다르다. BNPL 서비스는 보통 회원비가 없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6월 6일 애플은 연례 개발자 행사인 세계개발자회의(WWDC·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를 열고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에 ‘애플페이 레이터(Apple Pay Later)’ 기능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상품 대금을 6주에 걸쳐 4번으로 나눠서 납부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애플페이는 미국 소매점의 85% 이상과 제휴를 맺은 결제수단인 데다 애플 고객은 충성도가 높기로 정평이 난 만큼 파급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아직 해외에 비해 BNPL 서비스 활용도가 낮다. 하지만 시장이 조금씩 활성화되고 있다. 빅테크, 핀테크 기업이 개발한 후불결제 서비스가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소비자에게 제공되고 있다. 국내외 기업이 앞다퉈 BNPL 서비스를 도입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소비자와 접점을 늘릴 수 있다. BNPL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신용카드 등 기존 결제수단을 이용할 수 없는 소비자를 새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BNPL이 인기가 많다는 점이 주요 장점으로 언급된다. MZ세대는 트렌드를 이끄는 소비 시장 주요 세력이다. 하지만 강한 소비 욕구에 비해 구매력은 상대적으로 약해 BNPL 서비스 수요가 크다. 투자 전문매체 모틀리풀이 운영하는 평가·조사 서비스 어센트가 올해 3월 미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BNPL 서비스를 이용해본 응답자는 55.8%로 2021년 7월(37.65%)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18~24세 응답자 사이에서 이용자(61.16%)가 가장 많았다.
BNPL 서비스를 이용하면 소비자 지출 규모가 커진다는 것도 기업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마스터카드는 지난해 9월 BNPL 서비스 시작을 예고하면서 “BNPL 솔루션을 도입하면 판매 금액이 45% 증가하고 소비자가 장바구니에 담기만 하고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상품 비율을 35% 줄여준다는 통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나 역시 “소비자가 물건값을 지불할 때 BNPL을 선택지로 제공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평균 주문금액이 45% 증가한다. 소비자 44%는 BNPL 기능이 없었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물건을 구매한다”고 분석했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시장조사 업체 프리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BNPL 시장 규모는 2021년 1251억달러를 기록했다.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43.8%를 기록하며 3조27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프리시던스리서치 측은 “절대적인 시장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북미,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아시아태평양”이라는 설명을 보탠다. BNPL은 소비자 선택지를 넓혀 편의성을 개선하고 금융 소외 계층에 소액 신용 거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BNPL이 과소비를 부추기고 대규모 연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BNPL 서비스가 지닌 장점이 분명 있다. 그러나 과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연체 위험도 있는 만큼 위험 관리 시스템을 꼭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