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보호구역, '실버존'이라고도 부르죠. 어린이보호구역처럼, 차량이 통과할 땐 속도 제한이 있는데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노인보호구역 자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단속 카메라 설치도 의무가 아니라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있습니다.
[리포트]
한 요양병원 앞 도로. 노인보호구역이라 속도 제한이 있습니다. 표지판이 무색할 정도로 차량들, 빠르게 내달립니다. 2008년부터 경로당 등 노인시설 주변은 '실버존'으로 지정돼 왔지만, 일단 아는 사람 자체가 많질 않습니다.
[김종삼/서울 동대문구 : "(노인보호구역 어떤 건지 알고 계세요?) 글쎄... 잘 모르겠네요, 제가."]
[이선병/서울 영등포구 : "(속도제한 30km인 건 알고 계셨을까요?) 그거는 몰랐어요. '학교 근처에만 (시속) 30km다' 이렇게 알았지."]
'스쿨존'과 달리 '실버존'은 무인 단속 카메라 설치도 의무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설치 비율, 스쿨존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합니다.
[현승열/서울 영등포구 : "막 달려요. 속도 안 지키고. 좀 위험하죠. 저희 같은 노인들이 다니기에 불편하죠."]
불법 주정차도 마음대롭니다.
[이말순/서울 용산구 : "길이 좁은데 옆에 차들이 많이 주차돼 있어 가지고 이제 노인들이 좀 많이 위험해요."]
노인들은 어린이만큼이나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 뒤로 노인보호구역의 횡단보도가 보입니다.
노인의 입장에서 건너보기 위해 노인 체험복을 입어보겠습니다. 평소였다면 10초 안에 건널 거리. 근력과 시력이 제한되다 보니, 두 배 정도나 더 걸렸습니다. 20대 남성도 노인과 같은 조건에서는 신호 안에 길을 못 건넙니다.
[엄익환/서울 동작구 : "지팡이 짚고 다니는 영감님들도 많고 또 보행기 밀고 다니는 사람도 많고, 노인보호구역인데 신호가 짧아서…."]
이러다 보니 교통사고로 숨지는 보행자 10명 중 6명이 노인입니다. 실버존은 말뿐이고, 그야말로 '노인을 위한 도로'는 없습니다. 최근 들어서야 실버존에도 단속 카메라를 의무화하라는, 인권위의 권고가 나왔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