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A씨는 최근 신용카드 이용 한도가 초과됐다는 통보를 받고 깜짝 놀랐다. 어찌 된 일인지 확인해 보려고 신용카드 결제 내역을 뽑아보고는 더 황당한 일을 알게 됐다. 게임을 하겠다며 아이폰을 빌려 간 자녀가 애플 앱스토어에서 17일에 걸쳐 게임 아이템 약 426만원어치를 결제한 것이다. (관련기사)
화들짝 놀란 A씨는 애플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애플은 이 중 약 31만원만 환불해 줬으며, 이를 제외한 395만원은 환불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A씨에 따르면 애플은 이 과정에서 환불 불가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A씨는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요청했으나, 애플은 계속해서 '추가 환불 불가' 입장을 고수해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자녀와 A씨가 나오는) 가족관계증명서와 예전에 게임 관련 구매를 한 적 없는 결제 내역서 등을 제출했지만 애플은 계속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애플 측은 환불 절차를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며 일반적인 처리 절차를 설명했으나, 전액 환불 여부는 사건마다 다르다면서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양대 앱마켓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는 계정 명의자가 아니라 미성년 자녀 등 타인이 결제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 환불 요청이 가능하도록 절차를 안내하고 있지만, 이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성년 자녀가 부모 계정으로 앱마켓에서 결제했다가 소비자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가 매년 초 발간하는 사례집에 따르면 미성년자의 콘텐츠 결제로 인한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2018년 기준 727건, 2019년 813건에서 2020년 2천152건으로 크게 늘었다.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 제안은 강제성이 없는 만큼, 앱마켓과 당사자 측이 동시에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조정 성립이 되지 않는다. A씨는 "지금으로서는 소송 외에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돈을 떠나 다른 소비자를 위해서라도 공론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