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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돔 끼세요 이게 전부인 성교육
    카테고리 없음 2022. 5. 2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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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살 아이의 엄마인 유지연(가명)씨는 스물 한 살이다. 최근 영아유기 사건에 대한 뉴스를 보며 10대 엄마의 공포가 떠올랐다고 했다.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의 두려움을 알기에, 뉴스에 나온 10대 영아유기범을 미워할 수 없었다고 한다.(관련기사)




    유씨는 18세에 출산을 했다. 라면을 먹다가 얹힌 게 임신의 첫 신호였는데, 유씨는 그저 ‘속이 안 좋나보다’ 생각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 태동이 느껴졌지만, ‘가스가 차서 부글거리나보다’ 하고 넘겼다. 결국, 임신테스트기에서 ‘두 줄’이 뜬 것을 보고서야 현실을 인식했다. 그때 유씨는 ‘계단에서 굴러야 하나. 술을 막 먹어버리면 (유산이) 될까’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했다고 한다.

    유씨는 “도저히 차분해질 수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아이를 버리는 분들은 아이 아빠 없는 상황에 혼자 무서워서 그럴 수도 있을 거 같다. 옆에서 ‘우리 같이 키워보자’, ‘입양을 알아보자’ 해 줄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도 유씨의 곁에는 엄마가 있었다. 엄마의 도움을 받으며 병원에서 출산을 했다. 남자 친구와는 관계가 멀어졌다. 아이가 생기기 전 “질외사정하면 괜찮다”던 그다. 임신 소식을 듣고도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10대 출산의 경험이 있는 미혼모들은 최근의 사건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출산과 양육 지원만큼이나 성교육의 내실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피임법을 가르쳐 주거나, 미혼모가 될 수도 있는 엄중한 현실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신 막달에 산부인과에 간 19세에 출산한 정모(20)씨는 “‘미혼모가 된다 하더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학교에서 알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정씨는 출산과 양육에 도움을 받고 있는 대안학교 ‘자오나학교’의 존재를 유튜브 광고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산부인과에 대한 두려움도 없애야 한다고 했다. 정씨는 “아직도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산부인과에 가면 이상하게 그려진다. 그 두려움을 없애야 미혼모도 숨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젠 3살 아들의 엄마가 된 유씨는 성교육에 대한 아쉬움을 호소했다. 그는 “성교육 시간은 설명해주는 내용도 거기서 거기였다. 특히 남자애들은 웃고 장난치기 바빴다”고 회상했다. 유씨는 “임신을 하면 생기는 몸의 변화, 미혼모 지원 정책 등을 학교에서 자세히 알려준다면 좀 더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미혼모네트워크의 오영나 대표는 “결국 임신한 9개월 동안 지원 체계가 없는 게 문제다. 임신 중단·출산을 포함한 여러 선택지에 대한 상담이 뒤따라야 영아 유기가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또 “청소년 때부터 피임약 복용법 등 피임 교육을 공개적으로 해서 원하지 않는 임신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나머지는 그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전국 중·고등 학생 약 6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34.5%는 ‘피임을 전혀 하지 않았다’ 혹은 ‘가끔 피임을 했다’고 답했다.

    성년이 되고서도 임신과 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성교육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대학생 이모(19)씨는 “중학교 이후로는 성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다. PPT를 띄워 동영상 같은 걸 보여주고 여성의 생리 주기 계산법 등을 알려줬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모(23)씨는 “학교에서 받은 성교육은 생명의 소중함이 주요 내용이었다. ‘어떤 피임법이 있다’ 정도는 배웠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유튜브와 친구들에게 배웠다”고 말했다.

    19세에 출산한 정씨는 “‘콘돔을 쓰라’는 건 배웠다. 하지만, 콘돔이 없는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나는 꼭 피임을 해야 할 것 같아’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몰랐다”고 했다. 이어 “상대방은 ‘괜찮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내 생각을 똑바로 피력하는 게 옳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소년 임신을 소재로 삼거나 10대에 부모가 된 청소년의 사연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잇따른 등장이 청소년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반면 매체를 통해 '다양한 청소년의 현실을 사회가 충분히 보듬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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