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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조건 합격, 엉터리 심리상담사
    카테고리 없음 2022. 5. 2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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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심리상담소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상담사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마음 고치러 갔다가 되레 다치는 분이 많습니다. 너도나도 돗자리 깔고 전문가 행세를 하는 수준입니다. 가짜가 진짜보다 많습니다. 돈 몇 푼에 자격을 딸 수 있었습니다. 엉터리 자격이지만 우리는 속습니다. 성범죄 전과자도 상담소를 차릴 수 있습니다. 자정 기능이 먹통인데 정부는 손을 놨습니다.(관련기사)


    박장군 기자가 강의와 시험을 통틀어 2시간 만에 속성으로 취득한 A업체의 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

    A업체는 영업사원처럼 ‘무료수강 이벤트 중’임을 몇 번이나 강조했고, 잡화점처럼 이런저런 민간자격을 만들어 발급하는 업체였다. 업체명에 ‘교육’이니 ‘협회’니 하는 단어를 주렁주렁 달았지만 그냥 개인사업체다. 이익단체도, 교육 분야 공인 기관도 아니다. 그런 척할 뿐인 이름은 고객을 끌기 위한 눈속임이었다.

    강의를 듣지 않아도 하루 만에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었다. 1시간 동안 보기 4개짜리 객관식 30문제만 풀면 된다.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이면 합격. 떨어져도 세 번의 기회가 더 있지만 굳이 재수 삼수까지 할 필요도 없었다. 교재를 보면서 문제를 푸는 오픈북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상담이 뭔지도 모른 채 심리상담 1급 자격자로 변신한 순간이다. 강의와 시험 시간만 따지면 2시간 걸렸다. 처음부터 요령을 부렸다면 30분도 안 걸렸을 것이다.



    전부 공짜인 것처럼 홍보했던 업체는 자격증 발급으로 돈을 벌고 있었다. 그러니 수강생이 합격해야만 한다. 그것도 최대한 빨리. 문외한이 강의를 안 들어도 만점 가까이 맞을 수밖에 없도록 한 덴 다 이유가 있었다. 강의나 시험은 자격증을 팔기 위한 밑밥이나 다름없었다. 자격번호와 등록번호가 부여됐고 맨 아래엔 ‘협회’라 자칭한 업체 직인이 선명히 찍혔다. 자격증만 보면 다른 사람들이 기자를 대단한 전문성을 갖춘 심리상담사로 깜빡 속을 거 같았다.

    여러 전문가에게 A업체 교재와 기출문제집, 시험문제에 대한 분석을 맡겼다. 구색만 갖췄지 ‘1급’이라는 타이틀을 달기엔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게 공통된 평가였다.

    자격증 장사는 ‘스펙’에 목마른 이들을 상대로 성행 중이다. 높은 취업 문턱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이런 자격에 관심을 갖는다. A업체 직원은 “취업을 원하실 때 이런 자격증이 있으면 플러스되는 부분이 있으셔서 이력서에 기재하시려고 많이들 취득하시는 경향이에요."고 말했다. 치열한 취업시장에서 벼랑 끝에 놓인 이들의 절박함을 노렸다.

    2011년 기준 1053개였던 등록민간자격증이 2021년 10월 말 4만5028개로 무려 43배나 늘어났다. 가히 자격증 공화국이라고 할만하다. 이런 자격증도 있나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에는 수만 개의 민간 자격증이 있다. 특히 취업을 위해서 돈과 시간을 들여서 자격증을 땄는데 알고보니 엉터리 자격증이거나, 따도 별 소용이 없는 자격증들도 많다. 현재 등록된 민간자격증 가운데 절반 가량이 '수면' 자격증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 부처들이 자격증의 효용성 평가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고시할 수 있도록 하는 자격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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