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 외국계 회사의 재무팀으로 이직한 박재희(가명·31)씨의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인데 한 번도 제시간에 퇴근한 적이 없다. 일러도 7시, 늦으면 11시까지 이어지는 야근이 일상이다. (관련기사)
잦은 야근보다도 재희씨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쉬는 시간의 부재다. 점심시간이 끝나는 오후 1시 이후 퇴근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눈치가 보이는 분위기다. 길면 10시간이 넘도록 한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 셈이다. 저녁 식사는 언감생심이다.
팀장은 "팀원들을 위해서"라고 항변한다. 저녁 식사를 챙기는 대신 조금이라도 일찍 집에 갈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것. 그러나 통근에 2시간 가까이 걸리는 재희씨 입장에서 '퇴근 후 식사' 방침은 사실상 저녁을 굶으란 얘기와 다르지 않다. 이러다 보니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저녁을 먹는 불규칙한 식사 습관이 생겨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재희씨는 동료에게 불만을 털어놓았지만 한 팀원은 "불편한 사람들과 저녁 먹고 퇴근이 늦어지느니 일찍 가서 쉬는 게 훨씬 낫지 않냐"고 반문했다. 재희씨는 궁금하다.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연장 근무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걸까.
근무 중 식사 시간 보장은 중요한 문제다. 근로기준법에는 식사 시간이 따로 명문화되지 않았지만 '휴게시간'으로 이를 보장한다. 근로기준법 제54조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