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만에 문을 닫은 국민청원카테고리 없음 2022. 5. 3. 15:15728x90
문재인정부 국민청원 게시판이 5년 만에 문을 닫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한시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윤석열정부가 계획하는 통합플랫폼이 갖춰지면 지금의 국민청원 게시판은 사라진다. (관련기사
(출처 : 국민일보)
문 대통령은 29일 청와대 국민청원의 마지막 답변자로 나섰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반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등 20만명 이상 동의한 청원 7건에 대해 직접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며 “사법 정의와 국민 공감대를 잘 살펴서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서는 “많은 비용을 들여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꼭 이전해야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청원인에 동의를 표하기도 했다.
그동안 국민청원 게시판은 문재인정부의 대표적인 국민소통 창구로 꼽혀왔다. 국민청원 게시판은 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탄생했다. 지난 5년 동안 총 5억1569만명이 방문했고, 누적 게시물은 110만8471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31만명 넘게 방문했고, 매일 670여건의 청원글이 올라온 셈이다. 이 중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정부와 청와대가 직접 답변한 것은 284건이다.
국민청원 게시판은 청와대와 국민의 직접 소통을 늘리겠다는 취지에 걸맞게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지만 부작용도 적잖이 드러냈다. 실제로 제도권의 관심에서 밀려나 있던 이슈들이 국민청원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나곤 했다. ‘공분’ 여론이 형성돼 수사기관이 신속히 수사에 착수하고, 국회의 입법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왔다. 하지만 국민청원이 군중심리를 부추기고, 지나친 엄벌주의로 흘러 부작용이 크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됐다. 진영 갈등이 극심했던 문재인정부 중·후반기부터는 사실상 진영 대결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교수는 29일 “국민청원 게시판은 ‘제3의 공론장’으로서 역할을 했다”며 “기존 제도권에 들어오지 못했던 소수자들의 인권문제나 가려졌던 사건·사고가 국민청원을 통해 드러나게 됐다”고 평가했다.
국민청원이 순기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론에 휩쓸려 숙의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입법이 이뤄졌다는 지적도 있다. 민식이법이 대표적인 예다.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당시 일곱 살 김민식 군이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계기가 됐다. 국민청원이 여론을 결집하는 역할을 했고, 이에 힘입어 운전자 처벌을 강화하는 민식이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하지만 도로에 아이들이 일부러 뛰어드는 등 악용 사례가 생기며 현재 민식이법을 개정해 달라는 국민청원에 35만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문재인정부 중·후반기 국민청원 게시판이 진영 대결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기점으로 각 진영의 세(勢)를 과시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오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지지층을 결집하고,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국민청원장이 변질되면서 소수자나 약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론장 역할을 다 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원 시스템이 올바르게 작동하기 위한 국민적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며 “지난 5년간의 청원을 유형화해서 절제할 것은 절제하고 어디에서도 호소할 수 없는 것들은 여기 와서 풀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