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대선후보 양자토론이 불법?
    카테고리 없음 2022. 1. 19. 15:45
    728x90

    "소수당을 제외한 양당만의 TV토론이 진행된다면 이는 명백히 방송법에 반하는 행위이다"

    정의당 의원단이 지난 17일 홈페이지와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보도자료의 일부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추진 중인 대선후보 양자토론이 군소정당에는 공정하지 않을뿐더러 현행법을 위반한다는 주장입니다. 정의당의 이 설명은 그 뒤 여과 없이 각종 언론보도로 노출됐습니다. 다음 날 '서울경제' 8면 2단에는 따옴표 속에 인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양자토론이 "명백히 방송법에 반하는 행위"라는 명제는 과연 사실일까요. (관련기사)




    (출처 : 연합뉴스)

    선거 후보자에 대한 대담이나 토론회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먼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개최하는 이른바 '법정토론' 방식입니다. 공직선거법(제82조의2)에 따라 꽤 엄격한 규칙이 적용됩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즉 선거일에서 약 3주 전부터 선거 전날까지만 가능한데요. 이번 대선에서는 2월 21일(경제), 2월 25일(정치), 3월 2일(사회) 등 3차례 예정돼 있습니다.

    여기에는 초청 후보자 기준이 딱 정해져 있습니다. 대선의 경우 ①국회의원 5인 이상 소속된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②직전 선거에서 전국 유효투표 3% 이상 득표한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③여론조사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인 후보자가 대상입니다. (선거기간 개시일 전 30일부터 선거기간 개시일 전날까지 실시해 공표한 조사만) 3가지 조건 중 하나만 충족해도 된다니까 지금 추세라면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아마 포함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까다로운 3차례 토론만으로는 후보자의 면면을 소상히 파악하기 어렵겠죠. 때문에 언론사 주최 토론회가 정치권에선 특히 주목되고 있습니다. 형식이나 구성이 비교적 자유롭고 대선의 경우 선거 1년 전부터 선거 전날까지 아무 때나 열 수 있거든요. 공직선거법(제82조)에도 지침이 뚜렷하게 나와 있지 않습니다. 공정하게 진행하고, 편집 없이 방송해야 한다는 원칙이 제시돼 있을 뿐입니다.

    관련 규칙(공직선거관리규칙 제45조)을 살펴봐도 특정 후보만 계속 초청하지 말고 토론자 간 분량을 잘 배분하라는 정도만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토론을 이렇게 언론사가 주최할 경우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추진하고 있는 양자토론도 공직선거법에 저촉되지 않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언론 기관은 후보자 초청 기준이 따로 있지 않으므로 각자가 정한 공정한 기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초청해서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단체(노동조합이나 후보자 가족이 임원으로 있는 경우는 제외)에서 토론회를 직접 열 수도 있지만 현재 정치권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렇게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자기들끼리만 대중 앞에 선다면 양강 구도 강화를 부추길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잖아도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장 유세가 어려운 상황이었으니까요. 나아가 여론조사 지지율이 대체로 10%를 넘어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까지 배제되는 상황이 다원 민주주의 취지에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방송은 의견이 다른 집단에 균등한 기회가 제공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방송법 제6조까지 굳이 끌어오면서 정의당이 핏대를 세우는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양자토론을 '명백히 방송법에 반하는 행위'라는 정의당 의원단 주장은 <대체로 거짓>이라고 판정하겠습니다. 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과 명백한 불법은 엄연히 다른 얘기니까요.

    '완전 거짓'으로 판정하지 않은 건 불법의 여지를 완전히 배제할 순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법원이 대선 토론 참여 대상에 제동을 걸었던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KBS와 MBC가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무소속 이회창 후보 대상 3자 토론을 준비하다 무산된 바 있습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각각 법원에 냈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거든요.

    물론 반대 사례도 있습니다. 대선은 아니었지만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정몽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 대상 양자토론의 경우 통합진보당에서 냈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했습니다. 이번 대선의 양자토론 이슈도 법원 판단에 맡겨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방송금지 가처분 소송을 적극 검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송전이 펼쳐질 경우 재판부는 양자 간 치열한 토론을 바라는 방송사의 자율권과 기회균등 원칙 사이에서 고심할 것으로 보입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