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이동권' 요구하는 지하철시위카테고리 없음 2021. 12. 10. 16:20728x90
"인권이고 나발이고 지각하면 알아서 해. 왜 시위를 이 시간에 하느냐고!" 9일 오전 8시 20분 서울역 방면 4호선 지하철 안. 휠체어를 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측 회원 6명이 출근길 열차 안으로 들어서자 시민들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관련기사)
(출처 : 데일리안)
전장연은 지난 6일부터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4일째 벌이고 있다. 전장연 관계자들이 이날도 오전 8시에 맞춰 혜화역 5-3, 5-4 승강장에 모이자, 이미 대기하고 있던 서울교통공사 측 직원과 경찰 40여 명이 주변을 에워싸고 통행 정리에 나서면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전장연은 2005년 제정된 교통약자법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저상버스의 도입을 늘려야 함에도 약속을 지키고 있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전장연에 따르면 국토부는 2011년까지 저상버스를 31.5%, 2021년까지는 41.1%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20년 9월 기준 저상버스 실 보급률은 28.4%에 그친다. 시위에 앞서 전장연 관계자는 "2002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사고 이후 20년이 지났는데도 법에 근거한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하철이 6분 이상 정차 후 출발하자 시민들은 큰 소리로 불만을 표했다. 30대 남성 시민은 "9시에 회의가 있는데 좀 적당히 해라. 인권이고 나발이고 돈 버는 게 중요하다"라며 신경질을 냈다. 또 한편에서는 "당신들이 뭔데 출근 시간을 방해하느냐. 끌어내라"는 고함도 터져 나왔다. 전장연 측에서 "장애인 인권이 달린 시위를 하고 있다"고 애써 설명해도 분위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회원들이 충무로역에서 내리자, 함께 탔던 또 다른 시민은 이들을 향해 거친 욕설을 뱉으며 지나갔다.
앞서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6일 오전 장애인들이 혜화역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관련 시위를 벌이겠다고 하자 안전상 이유로 혜화역 2번 출구 쪽 엘레베이터를 1시간 30분 가량 폐쇄했는데, 전장연 측은 장애인들의 시위권 침해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불법 시위(휠체어 승하차)'를 막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폐쇄했다는 서울교통공사의 주장과 달리, 전장연 측은 승하차 시위는 하지 않고 승강장 시위만 벌이겠다고 사전에 밝혔다고 반박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국가인원위 건물 앞에서 "6일 혜화역 엘리베이터 폐쇄로 장애인 등 교통약자 전원이 이동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했고 관련한 항의 민원이 71건이 접수됐다"며 서울교통공사, 경찰청장, 혜화역장 등 5명을 상대로 진정을 내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혜화역 시위를 사전에 고지했음에도 엘리베이터를 폐쇄한 서울교통공사의 일방적 조치는 헌법,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위배되며 국가배상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고의적, 일방적 행정처리로 판단된다"며 "인권위 차원의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 책임자의 공식적 사과, 관련자들에 대한 장애인 인권교육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이되듯 장애인 향한 차별도 교묘하게 변이되고 있다"며 "15년 넘게 우리가 주장해 온 교통약자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교통약자법 개정안은 이날 올해 국회 마지막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해 연내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교통약자법을 대표발의 한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발의안들이 많다 보니 국토교통위 소위에서 계류 중"이라며 "40명이 넘는 의원들이 법안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내년 회기 통과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 개정안은 시내버스 회사가 새 차를 들여올 때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