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자문 제도' 갈등 유발카테고리 없음 2021. 11. 23. 14:47728x90
보험금 누수 막으려던 '의료자문 제도'가 갈등 유발
갑상선암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는 한 여성.(출처:조선일보)
# 의사 권유로 수술했는데 '과잉진료'라며 보험금 지급 거부=서울시 중랑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 4월 목의 통증으로 건강검진을 받다가 갑상선에 이상을 발견했다. (관련기사)
가족 중 갑상선암에 걸린 사람이 있는 데다가 더 악화되기 전 치료받는 것이 좋다는 의사의 권유에 낭종 등을 고주파 수술로 제거했다고.
2년 전 종합보험을 들어놓은 A사에 보험금을 신청하니 ‘과잉진료’라며 지급을 거절했다. 과거 병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악성이 되기 전 치료를 받았다는 게 이유였다.
이 씨는 “(보험사는) '손해사정사와 자문의에게 확인한 결과 ‘과잉진료’가 맞다'며 소비자와 진료한 의사를 사기꾼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보험사들이 고비용 수술에 대해 ‘과잉진료’라고 규정하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소비자와 갈등을 빚는 경우가 늘고 있다.
보험사들은 과잉진료로 인해 보험금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소비자들은 보험사들이 자체 의료자문 결과를 강요하며 정당한 보험금 지급을 봉쇄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보험사들이 약관에도 없는 과잉진료를 핑계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는 소지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갑상선 관련 고주파 절제술, 백내장 수술, 도수치료 관련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특정 수술에 대해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갑상선의 경우 결절 크기가 작은데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과도하게 겁을 주며 수술을 유도하거나, 백내장 증상이 없거나 미미한데도 진단 후 다른 수술을 함께 권하며 수술비용을 올린다는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병원에서 대놓고 어떤 보험을 들고 있는지 확인하며 다초점 렌즈 등 비급여 항목까지 보험금이 나온다는 점을 악용해 불필요한 수술을 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보험금 누수는 결국 선량한 소비자에게 보험료 인상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반면 소비자들은 보험사들이 고액의 보험금을 주지 않기 위해 자체 의료자문 결과를 강요하고 있다고 항의하고 있다.
당초 의료자문 제도는 보험금 누수를 막아 보험료 인상 등 선의의 피해가 없도록 한다는 것이 취지지만 보험사가 직접 자문의를 정하고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 거절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
지난해부터는 의료자문 결과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 부지급 결정이 났는지 설명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하지만 보험사에서 ‘대형병원에서 나온 결과’라는 말만 반복하며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아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보험사가 의료자문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동의서를 받아야 하며 이를 거절할 수도 있지만 보험사에서 마치 꼭 필요한 서류인양 사인을 강요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빈번하다.
또한 과잉진료는 보험사와 병원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소비자에게 이를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사실 과잉진료는 소비자와 보험사 간의 문제가 아니라 일부 병원의 모럴 헤저드로 볼 수 있다”며 “다만 보험사가 병원에 비용을 청구할 만한 어떠한 근거도 없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