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소득은 수세기 동안 유럽과 미대륙을 넘나드며 관심의 대상이었다가 최근 팬데믹 사태로 인해 뜨거운 담론의 대상이 되었다.
국내에서도 기본소득을 둘러싼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데, 특히 2020년 5월부터 모든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더욱 촉발됐다.
미국의 경우 이미 알래스카주에서 '영구기금배당금이라는 기본소득제를 시행하고 있다.
유럽과 아메리카 합중국 후원자들의 기부로 이뤄진 나미비아의 기본소득 시범사업, 브라질의 보우사 파밀리아 인도의 마디아프라데시의 기본소득 시범사업 등이 있다.
그 외에 핀란드를 비롯해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스페인을 포함한 12개 이상의 국가에서 이미 임시 또는 영구 솔루션을 실험하는 중이다.
ㅇ 핀란드의 기본소득제 실험
-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세계 최초의 기본소득 실험으로 전국적인 무작위 필드 실험을 기반으로 한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복지수당을 받는 실직자 2,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하여 무조건 월 560유로를 지불했다.
기본소득은 실험자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처와 용도를 보고할 의무도 없다. 다만 기존에 받고 있던 현금성 사회복지 혜택이 기본소득 수급액만큼 공제된다. 그런 다음 핀란드의 표준실업수당에 대해 17만 3,000명의 사람들과 결과를 비교했다.
이 실험은 추가적인 사회 구조적 도움 없이 기본소득 제공만으로 노동력에 대한 참여를 증가시킬지 여부를 테스트하는 것이 목표였다.
2019년 2월 핀란드 정부는 실험결과에 대해 1차 발표를 했는데, 기본소득이 삶의 질은 향상시켰지만 고용이나 취업률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했다.
실업자들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했는데, 고용이나 취업률에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기본소득제가 실패했다는 의미라는 평가도 있다
개인이 노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 기본소득제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식의 언급이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핀란드 실험은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지금까지 가장 큰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시행했을 때의 결과를 추정하기 어렵고, 정부 시스템과 문화가 다른 국가에서 유사한 결과가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핀란드의 실험은 보편적 기본소득제의 실효성이 아니라 기존의 진보적 시스템 내에서 대안적인 사회복지방법을 조사하는 실험이었다.
실제로 이 실험은 실험 조건 자체가 보편적 기본소득제와는 사뭇 다르다.
먼저 실업자만을, 그것도 2,000명만을 대상으로 하여 고용에 미치는 영향으 조사했다.
그리고 기본소득을 받은 이들의 취업률과 기본소득을 받지 않고 실업수당을 받는 이들의 취업률이 동일한 수준으로 저조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기본소득제의 문제가 아니라 핀란드에 일자리 자체가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ㅇ 알래스카주의 기본소득제 실험
- 미국에서 유일하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곳은 알래스카주이며, 1982년 시작됐으니 이미 40년이나 되었다.
그리고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
모두가 알고 있듯 알래스카에는 상당한 양의 자원이 매장돼 있고, 넘치는 자원 때문에 기본소득 도입이 어렵지 않았다.
석유를 팔아서 생기는 이익의 일부를 알래스카영구기금에 넣고, 그 투자수익을 재원으로 해서 매년 한 번씩 배당금처럼 주민들에게 배분한다.
1년 이상 거주한 모든 주민에게 지급한다. 2008년에는 연간 지급액이 3,296달러에 이르기도 했으며, 2019년 기준으로 1인당 지급액은 1,606달러였다 물론 알래스카는 석유자원이 많은 곳이라 재원이 확실하고 인구 70만 명 규모의 작은 사회라는 점에서 차이점이 존재한다.
ㅇ 스위스의 기본소득제 실험
-2013년 스위스에서는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위하여 주제로 13만 명의 서명을 받아 한법개정안을 발의했고, 2016년 기본소득제 도입을 국민투표에 부쳤다. 그리고 격렬한 찬반 논쟁 끝에 국민투표는 부결되었다.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제안된 기본소득 안은 성인에게 매달 2,500스위스 프랑, 미성년자에게 650스위스 프랑의 현그믈 지급하는 것이다.
이 액수는 스위스 국내총생산량의 약 30퍼센트에 해당하므로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한다.
그러다 보니 스위스 국민들은 세금 증가와 기존 복지제도의 축소, 이민자의 대량 유입에 대한 우려를 했고, 결국 국민투표는 부결되었다.
또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노동 의욕이 감소해 일부러 일을 포기하고 무임승차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도 부결의 한 이유였다.
스위스 국민들이 공짜로 주는 2,500스위스 프랑, 약 300만 원 돈을 거부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여기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국민투표에 부쳐진 한법개정안 자체에는 2,500스위스 프랑이라는 액수가 명시돼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러한 과정은 국민들이 기본소득제도 도입에 대한 여러 측면을 고민해보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ㅇ 나미비아의 기본소득제 실험
-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오미타라 지역에서는 민간단체들이 합작해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해 성과를 거둔 경험이 있다. 2008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2년 동안 지역주민 930명에게 매달 100나미비아 달러를 지급했다. 농지가 없는 극심한 빈곤 지역에 거주하는 60세 미만의 연금 미수령 거주등록자가 그 대상이었다.
기본소득제를 시행한 결과 빈곤율과 실업률이 상당한 폭으로 낮아졌으며, 임금과 농업생산량, 자영업 소득도 모두 증가했다.
나미비아의 경우 재원마련이나 깁노소득제 시행의 환경이 특수해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효과를 거둔 것만은 사실이다.
ㅇ 팬데믹이 불러일으킨 기본소득제 논쟁
디지털 시대의 대전환기를 맞은 상태에서 팬데믹까지 겹쳐 자동화, 무인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실업은 늘어나고 있다.
전세계가 당면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국가들은 적극적 대안을 모색하는 중이며, 협력과 연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편적 기본소득은 정부가 국민에게 고용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최소한의 생계 보장은 필요하다며 찬성하는 입장과 국가재정에 부담이 되고 세금이 늘언나다며 반대하는 입장이 팽팽히 맞선다.
이러한 찬반 논쟁의 핵심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 그들은 왜 기본소득제를 찬성하는가
최근 조사에 따르면, 유럽인의 71퍼센트가 현재 보편적 기본소득제를 지지하고 있다. 일정 수준의 생활비가 정기적으로 주어짐녀 생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없앨 수 있고, 양극화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나아가 기본소득은 사람들이 합리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장기적으로 국가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지지자들의 주된 의견이다.
상당수의 유명 인사들도 기본소득제를 찬성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하버드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매달 수백 달러의 국가 지원이 노동으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해온 인간에게 재기의 기횔르 줄 것이다라고 말하며 기본소득제를 지지했다. 그는 모든 세대가 평등의 개념을 확장시켜왔고, 우리 세대도 새로운 사회적 합의에 대한 정의를 내릴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GDP와 같은 경제적 지표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삶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찾았는가가 중요하며, 그것이 발전의 척도로 여겨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해볼 수 있도록 기본소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일론 머스크도 사람이 로봇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은 점점 더 줄어들것이므로, 대규모 실업 사태는 피할 수 없기에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고는 기본소득에 있어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관에 대한 인간의 적응력이라며 대음과 같이 말했다.
"많은 사람이 자기의 가치를 직업에 준해서 찾는다.
따라서 더는 내 노동력이 필요 없다면 내 존재적 가치는 뭔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아무 소용도 없는 인간이 되는 건가? 하는 고민 이게 더 큰 문제다
빌 게이츠 역시 이들과 뜻을 같이 한다.
고도의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재교육뿐 아니라 보호가 필요한 노인과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에 로봇세를 통한 기본소득 지급을 제안했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부활절 편지에서 국가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혼란에 맞서기 위해 보편적 기본소득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보편적 기본소득은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없는 세상이라는, 인간적이며 기독교적인 이상을 보장하고 구체적으로 달성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라고 강조했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코로나는 두세 배 더 가혹한 타격을 주었음을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개개인과 공동체, 국민이 중심이 되어 서로를 치유하고 보호하고 나누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ㅇ 기본소득제는 평등한 기회를 제공한다
사회와 기술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 혜택을 받지 못한 인구가 존재한다. 빈곤율과 불평등은 증가하고 있으며, 팬데믹의 악재까지 겹쳐 시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생태적 문제들이 너무도 많이 산재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본소득제를 예방 전략으로 채택해야 한다.
물론 보편적 기본소득제가 모든 문제를 한방에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또한 돈이 모든 사람에게 자립과 번영을 보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인간에게 기본적인 안정감을 제공하고 소득 불평등을 감소시킬 유일한 방법임에 틀림없다.
인간적 삶을 영위하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구조적 불평등이 증가하면 그만큼 사회의 불만과 비도덕적 행동이 증가한다.
우리 모두가 삶의 존엄성과 자유, 자기 통제력을 주장할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일자리 대전환와 시기와 맞닥뜨리게 되면 기본소득제가 적용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사람들이 열정과 창의력을 발휘하며 고차원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소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는 앞서 말한 위대한 리셋을 실행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전제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