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권력 구조 개혁 필요할까?
이번 대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 네 명은 모두 ‘권력구조 개혁’이라는 대의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및 청와대 권력 축소, 국회 권한 강화, 책임총리제 내지 책임장관제 실시를 강조하고 있다. (관련기사)

(출처 : 뉴스1)
한국 정치는 대통령에게 주도권을 넘긴 다음, 그의 인기가 좋을 때는 그쪽을 쳐다보고 인기가 나빠지면 그에게 책임을 몰아버린다. 그동안 국회는 습관적으로 대통령을 추종하거나 반대했다. 권력과 근본적인 책임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에 있는데도 말이다.
이 대안으로 나오는 제도가 책임총리제다. 청와대 권력을 내각과 국회, 정당으로 옮기는 동시에 이들이 호흡을 맞추는 것이 목적이다. 그 방법은 국무총리에게 ‘대통령과 국회 간 가교’라는 더 큰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거론하는 책임총리제가 진짜 책임총리제인지 가늠하려면 짚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책임총리는 국회 다수파가 추천해야 한다. 대통령이 결심해서 권력을 분담한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달리 말해 대통령이 쉽게 해임할 수 있다면 책임총리제가 아니다. 국회는 이미 총리 임명동의권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국회 추천 총리를 해임하거나 국회 추천 후보자를 거부한다면, 국회는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부결할 수 있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야 책임총리제가 정착될 수 있다.
둘째, 국회 추천 책임총리제를 실시하려면 새로 총선을 치러 국회를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현 국회는 책임총리제를 전제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국회 구성이 정부 구성을 좌우한다는 새로운 법칙을 실현하려면 그 법칙을 미리 깔아두고 선거에서 국민 의사를 물어야 한다. 따라서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총선 이전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책임총리제를 실시하겠다”고 하는 것은 “책임총리제를 실시하지 않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셋째, 책임총리제 등 권력구조 개혁은 선거제도 개혁 후 혹은 그와 동시에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전체 의석 300석의 60%인 180석을 얻었으나, 정당 투표 지지율은 33.5%, 지역구 투표 전국 득표율은 49.9%였다.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는 절반에 미달하는 지지를 받은 세력도 과반 의석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국회 추천 책임총리제만 도입하면 절반 미달 지지율로 과반 의석을 얻은 정당이 단독으로 책임총리까지 추천할 수 있게 된다. 지지율과 의석수 간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다.
넷째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구조개혁 전 다당제 구도가 미리 등장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권력구조나 선거제도가 개혁돼야 다당제가 등장한다는 속설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양당체제에서 거대 정당은 ‘이기면 여당, 져도 야권 독점’이므로 스스로 제도를 개혁하지 않는다. 제1야당 기득권을 누리다 때가 되면 여당이 되는 ‘정권 교대’만 주기적으로 되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