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최근 7%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석유 파동’ 이후 40여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닥치면서 미국이 28년 만의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서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별로 기준금리의 인상 폭이 커지고 속도도 빨라지고 있어서다. 8%대 주담대 금리가 현실화할 경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관련기사)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지난 17일 기준 연 4.330∼7.140% 수준이다.
지난해 말(3.600∼4.978%)과 비교해 올해 들어 약 6개월 만에 상단이 2.161%포인트 뛰었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산출 근거가 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같은 기간 2.259%에서 4.147%로 1.888%포인트 치솟았기 때문이다.
4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현재 연 3.690∼5.681%다. 지난해 말(3.710∼5.070%)과 비교해 약 반년 만에 상단이 0.611%포인트 높아졌다. 신용대출은 3.771∼5.510%의 금리(1등급·1년)가 적용된다. 지난해 말(3.500∼4.720%)과 비교해 하단이 0.271%포인트, 상단이 0.790%포인트 올랐다.
물가 상방 압력이 여전한 만큼 이미 최고 7%를 넘어선 대출금리는 연말까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압력과 미국의 자이언트스텝 또는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대응해 연말까지 네 차례(7·8·10·11월) 연속, 총 1.00∼1.2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최초로 빅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장금리와 대출금리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대출금리가 시장에서 전망하는 기준금리 상승 폭(1.00∼1.25%포인트)만큼만 올라도 연말 8%를 넘어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주담대 혼합형 금리(고정금리)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AAA 무보증) 금리 상승 폭이 한은 기준금리 인상 폭을 웃돌고 있다”며 “국내 은행 대출자산이 대부분 변동금리에 집중된 상태라 향후 은행이 전략적으로 혼합형 금리만 크게 낮춰 수요를 유인할 가능성도 크지 않은 만큼, 연내 8%를 돌파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는 우대금리를 적용하기 전 기준이기 때문에 실제 모든 대출자의 체감 금리가 연내 8%에 이르지는 않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올해 들어 줄어든 만큼, 은행들이 영업 확대 차원에서 가산금리 조정 등을 통해 기준금리 인상의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물가 상승, 경기 둔화 등으로 대출자의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은행들이 무턱대고 계속 대출 문턱을 낮출 여력이 없다는 반박도 많다.
신규 대출의 문턱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에 초저금리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대출로 투자)에 나선 대출자들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임금 및 근로소득은 제자리인 가운데 원리금 상환 부담은 커지고, 투자했던 자산 가치는 하락하는 등 ‘엎친 데 덮친 격’ 상황이 가중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집값도 당분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가 계속 더 오르면 매수세가 줄어들면서 거래절벽이 심화하고, 가격도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