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에 사는 직장인 김희윤 씨(29)는 자신의 차를 이용해 매일 강남구에 있는 회사로 출퇴근한다. 최근 기름값이 치솟자 조금이라도 아껴보자는 생각에 한 달 전 직장 내 ‘카풀팸’(카풀을 함께하는 모임)에 가입했다. 비용은 타는 사람 수만큼 나눠 내는 ‘n분의 1’ 방식을 적용했다. (관련기사)
처음엔 근처에 사는 직장동료 4명과 출퇴근하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주말에 ‘나들이 카풀’도 함께 한다고 했다. 지난 주말에도 카풀을 같이 하는 동료 커플과 서울 외곽으로 함께 이동한 뒤 헤어져 커플별로 데이트를 즐겼다. 그는 “물가가 올라 데이트비용도 만만찮은데 교통비를 아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연일 치솟으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장인들의 카풀 문화도 진화하고 있다. 출퇴근뿐 아니라 나들이, 여가활동을 할 때도 ‘카풀’을 활용한다. 고유가 시대 합리적인 소비를 하겠다는 취지다.
카풀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도 꾸준히 늘고있다. 카풀 앱 ‘워프’에 따르면 앱 이용자는 올 2월 1만3428명에서 5월 2만866명으로 55.4% 증가했다. 카풀을 함께할 사람을 모집하는 게시글 역시 2월 700건에서 5월 1040건으로 48.6% 늘었다. 한우리 워프 대표는 “한 달 전부터 카풀 모집글의 대부분은 ‘기름값이 너무 올라 비용 보전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카풀 이용이 늘면서 보상을 둘러싼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통상적으로는 카풀 멤버들이 운전자에게 ‘일주일에 1번 주유금액권 지급’ 등 자체적으로 마련한 대가를 주지만 최근 기름값이 오르면서 운전자들 사이에선 보상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
카풀을 이용하는 직장인 박모 씨(32)는 보상 액수를 두고 멤버들과 불편한 상황을 경험한 뒤 최근 회의를 통해 운전자 보상을 강화한 규칙을 새로 마련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성비’와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는 보상에 민감하다 보니 카풀이 늘고 유가 오름세가 이어지면 갈등도 커질 수 있다”며 “멤버들끼리 유가와 연동해 지속적으로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